책
부엌 발췌
왕벌꿀
2017. 2. 3. 00:48
정말 홀로서기 좋아하는 사람은 뭘 기르는게 좋아. 아이라든가 화분이든가. 그러면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있게 되거든.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거야.
꿈의 키친,
나는 몇 군데나 그것을 지니리라. 마음 속으로, 혹은 실제로. 혹은 여행지에서. 혼자서, 여럿이서, 단 둘이서. 내가 사는 모든 장소에서. 분명 여러 군데 지니리라.
"우리 둘이서, 죽고 싶은 사람 곁에 살아주면 장사가 될지도 모르겠다. 소극적인 일꾼으로."
나는 다 읽은 편지를 원래대로 살며시 접었다. 에리코씨의 향수 냄새가 희미하게 풍겨, 가슴이 저렸다. 언젠가는 아무리 편지를 펼쳐도 냄새가 나지 않을 것이다. 그런 일이 가장 고통스럽다.
하지만 저 행복한 여름, 그 부엌에서
나는 불에 데어도 칼에 베여도 두렵지 않았다. 철야도 힘들지 않았다. 하루하루, 내일이 오면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다는 즐거움으로 가슴이 설레었다. 순서를 외울 정도로 여러 번 만든 당근 케이크에는 내 혼의 단편이 들어 있었고, 슈퍼마켓에서 새빨갛게 익은 토마토를발견하면 나는 뛸 듯이 기뻐했다.
나는 그렇게 하여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알았고, 이제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는 없다.
1.요시모토 바나나
2.알라딘